지난 15일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눈 둘 데가 없네」가 상을 셋 받았다. 홍상수 감독이 감독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김민희가 최우수 연기상을 가져갔다. 홍 감독의 35번째 장편이다.
러닝타임은 72분이고, 월드 프리미어가 8월 13일, 시상식이 그 이틀 뒤였다. 국내 개봉은 하반기로 잡혀 있는데 날짜는 아직 안 나왔다.

로카르노에 가는 게 다섯 번째다
홍 감독과 이 영화제는 인연이 길다. 2013년 「우리 선희」로 감독상을 받았고,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는 대상인 황금표범상까지 가져갔다. 그때 정재영이 최우수 연기상을 같이 받았다.
2018년 「강변호텔」에서는 기주봉이, 2024년 「수유천」에서는 김민희가 연기상을 받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공식 초청인데, 상 세 개를 한 번에 가져간 건 처음이다.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은 영화제 본상이 아니라, 스위스 개신교·가톨릭 심사위원단이 따로 주는 독립상이다. 인간의 존엄이나 평화, 인권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에 주는 상이다.
김민희의 최우수 연기상은 로카르노에서만 두 번째다. 다만 이번엔 단독이 아니라, 이탈리아 영화 「Kettice」의 모니카 벨루치와 공동 수상이다.

제주가 나오는데 관광지는 안 나온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상희가 남동생과 함께 10년 만에 엄마를 만나러 제주로 가요.
가 보니 엄마 식당은 잘되고 있고, 새아버지는 2년째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이다. 소재가 초분(草墳)인데,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땅 위에 두어 삭힌 뒤 뼈를 추려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로카르노가 올린 공식 시놉시스에 이런 문장이 있다.
모르던 사실, 필요 없는 조언, 값싼 칭찬이 오간다. 떠나는 날 아침, 나머지 가족들은 상희가 만든 영화 한 편을 본다.
로카르노영화제 공식 시놉시스
출연은 김민희·최명길·권해효·신석호·박미소다. 상희가 김민희, 엄마가 최명길, 새아버지가 권해효인데, 최명길은 홍 감독 영화가 이번이 처음이다.
로카르노 현장에서 본 이탈리아 평자는 홍 감독이 제주의 관광 요소를 일부러 다 뺐다고 적었다. 섬을 배경으로 쓰면서 섬 자랑은 안 한다는 얘기다.

본 사람들은 이번엔 좀 풀렸다고 쓴다
현장 반응은 레터박스에 먼저 올라온다. 영화제에 온 기자와 평론가들이 보고 바로 쓰기 때문에 국내 기사보다 빠르다.
별 다섯을 준 앨런 매틀리는 “홍상수 언체인드”라고 적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전쟁, 피부색을 기준으로 삼는 한국의 미용 관념,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까지 다 대사로 나온다면서요. 자기가 본 홍상수 영화 중 겉으로는 제일 웃긴 축이라고도 했다.
다른 관객이 옮겨 적은 대사는 이렇다.
양쪽 다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양쪽 다 진실을 말한다고 우길다. 저는 그런 세뇌가 정말 싫어요. 드라마가 낫습니다. 드라마는 나는 사기다, 내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고 말하니까요.
극중 대사 — 레터박스 이용자 Ali Karimnia 기록
로저 이버트 사이트의 로버트 대니얼스는 별 넷을 주면서, 홍 감독 작품 중 가장 실존적인 축이라고 봤다. 죽음과 예술을 붙여 놓고 계속 만지는 영화라는 거다.
다만 본 사람 자체가 아직 적다. 레터박스에는 평균 별점을 낼 표본이 모자란다고 떠 있고, 지금 나온 후기는 전부 영화제에서 본 사람들 것이다.
크레딧에 같은 이름이 일곱 번 올라간다

홍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감독·각본·촬영·제작·편집·음악·음향을 혼자 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최근 작품들이 대체로 이렇다.
배우는 다섯 명에 러닝타임 72분.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민희는 주연이면서 제작실장으로도 참여했다. 14일 공식 Q&A에서는 “수유와 이유식 준비를 병행하며 육아와 촬영을 함께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득남한 뒤 첫 공식 석상이었다.

개봉일이 아직 안 나왔다
국내 개봉은 올해 하반기 예정인데 날짜는 미정이다. 해외 배급은 화인컷이 맡고 있다.
올해 홍 감독은 장편을 두 편 냈다. 34번째가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고, 이번 35번째가 로카르노다. 한 해에 두 편이면 평소 속도 그대로다.
72분이면 짧아서 상영 기간도 길지 않을 거다. 극장에서 볼 생각이라면 개봉 소식을 미리 챙겨 두는 게 낫겠다.
날짜가 나오면 다시 쓰겠다.
출처
- 로카르노영화제 공식 — 제79회 수상 결과
- 뉴시스 —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로카르노영화제 3관왕…김민희 최우수연기상
- The Korea Herald — Director Hong Sang-soo, actor Kim Min-hee win awards at Locarno film fest
- RogerEbert.com — Locarno 2026: Nowhere To Lay My Eyes, At Night, Nobody’s Violence
- The Film Stage — 「눈 둘 데가 없네」 1차 티저와 포스터
- Letterboxd — Nowhere to Lay My Eyes (공식 시놉시스·현장 후기)
- Screen Daily — Locarno Film Festival unveils 2026 line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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