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부동산 금융대책에 낯선 대출이 하나 끼어 있었다. 이름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 만 39세 이하가 생애 처음으로 4억 원 이하 빌라·오피스텔을 살 때 쓰는 정책대출이다. 집값의 80%까지, 연 3% 안팎에 빌려준다.
출시는 내년 1월이다. 연 3조 원씩 2년만 한시로 푼다. 2억 원을 30년 만기로 빌리면 다달이 갚는 돈이 84만 원쯤 된다. 정부가 제시한 비아파트 평균 월세 80만 원과 거의 같은 액수다.

조건은 여섯 개다 — 하나라도 빠지면 못 받는다
나이는 만 39세 이하, 그리고 생애 첫 주택 구입이어야 한다. 연소득은 7,000만 원 이하인데, 신혼부부는 부부 중 한 사람만 맞으면 된다.
집 쪽 조건이 더 까다롭다. 가격 4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그리고 비아파트만 된다. 아파트는 안 된다. 오피스텔·빌라·다세대·다가구만 해당한다.

금리 3%는 아직 가정치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보통 3%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방·저소득·신생아 가구는 여기서 더 낮춘다.
월 상환액을 구간별로 계산해 봤다
숫자를 직접 돌려 봤다. 전제는 이렇다. 대출액은 집값의 80%, 30년 원리금균등. 금리는 이 상품 3.0%와 8월 아낌e-보금자리론 상단 5.2%를 놓고 비교했다.

집값 1억 5,000만 원이면 월 51만 원. 4억 원을 꽉 채우면 월 135만 원이다. 같은 돈을 일반 보금자리론 상단 금리로 빌리면 각각 66만 원, 176만 원으로 뛴다.
30년 총이자로 보면 차이가 더 크다. 2억 원을 3.0%로 빌리면 총이자가 약 1억 400만 원이다. 5.2%면 1억 9,500만 원. 9,000만 원 넘게 벌어진다. 시중은행 5년 고정 주담대는 지금 4.79~7.52%다. 금리 자체는 확실히 파격이다.
진짜 당근은 금리보다 ‘생애최초 카드가 안 없어진다’는 것
생애최초 LTV 우대는 원래 평생 한 번 쓰는 카드다. 그런데 이 대출로 빌라를 사도 그 카드가 소진되지 않는다. 나중에 아파트로 갈아탈 때 수도권·규제지역 70%, 그 외 80% 우대를 다시 받을 수 있다.
맞벌이라면 10월부터 바뀌는 게 하나 더 있다. 지금은 신혼부부 합산소득 8,500만 원 이하만 보금자리론이 된다. 앞으로는 부부 중 한 명이 7,000만 원 이하면 된다. 결혼하면 오히려 대출 문이 좁아지던 ‘결혼 페널티’를 손보는 것이다.

전월세 쪽도 같이 바뀐다. 전세보증과 월세보증을 묶은 반전세 결합보증이 새로 나온다. 청년특례 전세보증 연령도 34세에서 39세로 올라간다. 한도는 보증금의 90%, 최대 2억 원. 신혼·유자녀 가구는 3억 원까지다.
반응은 차갑다 — “폐버스 다음은 빌라냐”
발표 직후 커뮤니티 반응을 찾아보니 조롱이 더 많았다. “청년은 빌라만 살라는 거냐”는 댓글이 기사마다 달렸다. “빌라 포비아를 만든 게 누군데 이제 와서 사라고 하냐”는 반응도 많다. 에펨코리아에는 ‘고시원·빌라 설거지’라는 글이 포텐에 올랐다.
걱정의 뿌리는 환금성이다. 전세사기 이후 빌라는 사겠다는 사람이 줄었다. 팔 때 제값 받기가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층 보금자리론 12조 원 중 97%가 아파트에 쓰였다.
금융위 해명은 이렇다. 아파트 희망 청년의 혜택을 줄이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뿐이라고. 담당자는 “희화화되는 걸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까지 말했다. 월세가 아까운 1인 가구에는 맞는 상품이다. 몇 년 안에 아파트로 갈아탈 계획이 뚜렷하면 안 맞는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확한 요약인 것 같다.
왜 지금 이런 게 나왔나
8·13 대책의 큰 그림은 공급은 늘리고 투기 수요는 조이는 것이다. 전세대출 규제는 강화했다. 대신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은 당초 1.5%에서 3%로 풀었다. 늘어난 대출 여력을 청년 쪽으로 돌리는 통로가 이 상품인 셈이다.
배경에는 아파트값이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이 15억 원이다. 국민평형 전세도 7억 원대라 청년이 들어갈 문이 사실상 닫혀 있다. 지난주에 다룬 전세대출 규제 글과 같은 대책에서 나온 조각이다.
남는 질문은 셋이다. 확정 금리가 정말 3%로 나올지. 2년 뒤 아파트까지 넓힐지. 그리고 빌라 시세가 버텨줄지. 출시 공고가 나오면 확정 조건으로 다시 쓰겠다. 개별 사정에 따라 되고 안 되고가 갈리니, 신청 전에 주택금융공사 공고를 확인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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