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롱리스트가 7월 28일에 나왔다. 출품작 163편이 13편으로 줄었다.
근데 올해는 후보 명단보다 심사위원 명단이 더 화제였다.
심사위원에 펄프 보컬이 있다
자비스 코커. 브릿팝 밴드 펄프의 그 사람이다. 「Common People」 부른 그 사람 맞다.
의외인데 근거는 있다. 2012~2014년에 페이버 출판사 편집위원을 했고, 러시디랑 에드나 오브라이언을 인터뷰한 이력도 있다. 문학 쪽 사람이 아예 아닌 건 아니라는 뜻이다.
위원장은 메리 비어드다. 「폼페이」랑 「SPQR」 쓴 고전학자요. 케임브리지에서 30년 넘게 가르쳤다.
| 메리 비어드 (위원장) | 고전학자 |
| 레이먼드 앤트로버스 | 시인 · 영국-자메이카계, 농인 |
| 자비스 코커 | 뮤지션 — 펄프 |
| 레베카 로이 | 가디언 에디터 |
| 퍼트리샤 록우드 | 소설가 · 2021년 부커 숏리스트 |
일곱 달이 이상할 만큼 길었습니다. 다섯이 각자 163권을 읽고 토론하고 어떤 건 다시 읽어서 13권으로 줄였습니다. 쉬는 날 빼고 재독까지 넣으면 하루 한 권씩 읽어야 하는 분량이었죠.
메리 비어드
비어드가 마지막에 한 말이 좋았다. “좋은 책은 아늑하지 않다.”
두 번 받은 작가는 거의 없는데, 올해 둘이 올라왔다
더글러스 스튜어트가 2020년 「셔기 베인」으로 받았다. 신작 John of John도 스코틀랜드 배경인데, 이번엔 글래스고가 아니라 헤브리디스 제도의 해리스섬이다.
말런 제임스는 2015년 「일곱 건의 살인에 관한 짧은 기록」으로 받았다. 신작도 자메이카가 무대인데 1988년 킹스턴이다.
둘 중 하나가 받으면 기록이다. 부커상 50여 년 동안 두 번 받은 사람이 손에 꼽힌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도 있다.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 받은 그 작가다. 이번이 세 번째 부커 후보다.
나머지 열 명은 첫 진입이다. 그중 셋은 데뷔작이다. 부커상 소개를 보면 후보 중에 전직 국가대표 트램펄린 선수가 있다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랑 아역 배우 출신도 있다. (트램펄린은 좀…)
13편, 한 권씩
표지를 누르면 부커상 공식 페이지로 간다. 줄거리는 공개된 설정까지만 적었고 결말은 안 쓴다.
The Shadow of the Object
Chloe Aridjis · Chatto & Windus · 2026년 4월 26일
멕시코시티. 집에 온 플로라가 개에게 손을 물린다. 병원에서 빌헬미나를 만난다. 영화 나오기 전 시대의 광학 완구를 모으는 독일인 노인이다. 대화가 길어지다가, 플로라가 어떤 부탁을 떠맡게 된다.
우정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 중요한 진실은 그림자 속에 있다
심사위원
Switzy
Emma Cline · Chatto & Windus · 2026년 9월 10일
은퇴한 경영자 데이비드가 전용기를 탄다. 겨울밤, 그린란드 위다. 수첩에 적힌 자기 글씨를 못 알아본다. 런던에서 딸과 저녁을 먹는다. 프랑스에서 수십 년 끊겼던 친구를 만난다. 최종 목적지는 취리히다.
전용기와 손목시계를 생생히 쓰면서 그 사회적 대가까지 담았다
심사위원
Helen of Nowhere
Makenna Goodman · Fitzcarraldo Editions · 2026년 1월 29일
중개인이 명예를 잃은 교수에게 시골집을 보여준다. 집 자랑보다 전 주인 헬렌 이야기가 길다. 땅에 붙어 사는 삶을 살 기회처럼 들린다. 그런데 해가 지면서, 호가가 훨씬 높고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다.
얇은데 야심 찬 책. 철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모험적이다
심사위원
The End of Everything
M. John Harrison · Serpent’s Tail · 2026년 6월 18일
필립은 해안에 밀려온 물건을 주워 먹고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끝까지 안 나온다. 정부는 거의 안 돌아간다. 바다엔 새 생물이 넘친다. 유럽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러다 건져 올린 게 계속 모습이 바뀝니다.
모든 것에 관한 책이면서 지금에 관한 책
심사위원
The Disappearers
Marlon James · Hamish Hamilton · 2026년 9월 17일
1988년 자메이카 킹스턴. 서로 모르는 남자 여덟이 연극 연습을 시작한다. 공통점은 하나, 다 게이다. 어느 밤 군중이 습격해 한 명이 죽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폭력과 마주한다.
카리브 문학이 좀처럼 안 다뤘던 영역. 연극 이야기로 시작해 청산에 가까워진다
심사위원
Black Bag
Luke Kennard · John Murray · 2026년 3월 12일
일도 돈도 없는 배우가 심리학 교수의 실험에 고용된다. 하는 일은 이렇다. 한 학기 내내 큰 검은 자루 안에 들어가 강의실 뒤에 앉아 있기. 이 역할이 예상 못 한 데로 번져간다.
익명성과 혐오, 온라인 사기, 불안한 시대의 사랑을 다룬 풍자
심사위원
The Renovation
Kenan Orhan · Hamish Hamilton · 2026년 3월 26일
치매인 아버지를 모시려고 딜라라가 집을 고친다. 그런데 인부들이 욕실 대신 튀르키예 교도소 감방을 시공해놓고 간다. 딜라라는 터키를 떠난 망명 가정 출신이다. 처음엔 화를 낸다. 그런데 감방 너머로 간수가 보이고, 수감자 소리가 들리고, 잃어버린 고향 냄새가 새어 나온다. 자꾸 그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심사위원 몇 명이 소리 내어 웃었다. 동시에 여러 형태의 감금을 묻는다
심사위원
May We Feed the King
Rebecca Perry · Granta · 2026년 1월 29일
역사 건물의 방을 꾸미는 큐레이터가 중세 궁전 내실에서 일한다. 그러다 거의 잊힌 어느 왕의 치세에 빠져든다. 다른 축에는 그 왕이 있다. 형들이 잇따라 죽어서 원치 않게 왕좌에 오른 사람이다.
주제 조합이 매력적이고 다루는 손길이 섬세하다
심사위원
The Palm House
Gwendoline Riley · Picador · 2026년 4월 2일
로라와 퍼트넘은 오랜 친구다. 템스강가 낡은 펍에서 긴 저녁을 보낸다. 회사 뒷말과 세상 한탄을 나눈다. 그런데 퍼트넘이 아버지를 잃다. 평생 몸담은 잡지사에 못 견딜 신임 편집장이 온다. 점점 손이 안 닿는 사람이 된다.
런던 지식인 사회의 정밀한 초상. 미니멀하고 지워지지 않는다
심사위원
The Things We Never Say
Elizabeth Strout · Viking · 2026년 5월 7일
매사추세츠 바닷가 소도시. 아티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주말엔 요트를 탄다. 30년 함께한 아내와의 삶에 온전히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속으로는 고립돼 있다. 그러다 인생이 자기에게 뭘 숨겨왔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과 세상의 위험한 균열을 파고든다. 절제된 문장이라 더 세다
심사위원
John of John
Douglas Stuart · Picador · 2026년 5월 21일
미대 나온 뒤 돈이 떨어진 칼이 배를 타고 해리스섬으로 돌아온다. 섬은 그대로인데 자기만 달라져 있다. 아버지 존은 양 치고 트위드 짜고 장로교회 기둥이다. 할머니 엘라는 글래스고 출신인데, 수십 년째 사위와 불편한 평화를 유지해왔다. 칼이 그 사이에 끼다.
가족과 폭력과 수치를 파헤치면서, 뜻밖에도 희망의 결이 섞여 있다
심사위원
All Them Dogs
Djamel White · John Murray · 2026년 3월 26일
토니가 5년 만에 더블린 서부 조직판으로 돌아온다. 옛 스승은 죽었고 절친은 손 씻었다. 자리를 되찾으려고 보스의 해결사 ‘플루트’와 손잡는다. 근데 플루트는 학교 때 알던 조용한 아이가 전혀 아니다.
감상 없는 배짱 있는 초상. 대사가 걸쭉하면서 실제 같다
심사위원
The Vivisectors
Missouri Williams · 4th Estate · 2026년 5월 21일
식물에 잠식된 대학 도시. 권력을 학자들과 무법 정원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아가트는 사기꾼 같은 지도교수 경력을 무기력하게 떠받친다. 그러다 캠퍼스에 사달이 난다. 교수 총애를 받는 학생과 신진 교수가 서로 차별을 주장하며 부딪힌다. 아가트는 이중 스파이 노릇을 지시받는다.
아늑한 캠퍼스 소설에 대한 통쾌한 해독제. 곳곳이 위협적이다
심사위원
표지 이미지는 부커상 공식 사이트에서 불러온다.
골라 읽는다면 이렇게
솔직히 열세 권을 다 따라가겠다는 계획은 안 된다. 원서가 아니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웃긴 게 당기면 The Renovation. 집 고치는데 욕실 대신 교도소 감방이 들어온다. 심사위원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니 믿어볼 만하다.
짧고 센 걸 원하면 Helen of Nowhere. Fitzcarraldo에서 나온 얇은 책이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쪽은 The Things We Never Say. 스트라우트는 이미 아는 이름이니까.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13편 중 지금 번역판이 나온 게 사실상 없다. 발표된 지 한 달도 안 됐으니 당연하다.
| 지금 읽고 싶다 | 스트라우트·스튜어트·제임스는 기존 번역작이 있다. 작가를 먼저 아는 게 낫다 |
| 원서로 읽는다 | 13편 다 영어권 출간작이라 바로 된다. 킨들·코보에서 대부분 받아진다 |
| 번역서를 기다린다 | 9월 22일 숏리스트로 여섯 권까지 줄어든 다음에 고르면 된다 |
번역은 수상 발표 나고 속도가 붙는다. 11월 9일 결과 나오고 판권 계약하고 번역하면 더 걸린다. 내년 이맘때쯤 나오기 시작할 거다.
9월 22일에 여섯 권으로 줄어든다
숏리스트는 9월 22일, 런던 사우스뱅크센터다. 심사위원 다섯이 다 나오는 공개 행사다.
수상작 발표는 11월 9일, 올드 빌링스게이트다. 상금이 5만 파운드고, 숏리스트 여섯 명도 각각 2,500파운드를 받는다.
대상은 2025년 10월부터 2026년 9월 사이 영국·아일랜드에서 영어로 나온 장편소설이고, 국적 제한은 없다. 작년 수상작은 데이비드 절러이의 Flesh였다.
참고로 노벨문학상은 10월 8일다. 숏리스트(9/22)랑 부커 수상(11/9) 사이에 딱 끼어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 계속 뭔가 나오는 셈이다.
숏리스트 나오면 여섯 권으로 다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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